방선기 목사

[방선기 생활신앙 (45) ] 자살에 대해서

꿈 꾸는 소년 2013. 9. 9. 09:30

[방선기 생활신앙 (45) ] 자살에 대해서
방선기 목사(직장사역연합 대표)
2011년 03월 04일 (금) 14:17:35 기독신문 ekd@kidok.com

책망하기 전에 먼저 위로하라

구원은 행위 아닌 믿음의 결과 … 공동체 사랑 보여주자

   
  ▲ 방선기 목사  
한동안 연예인들의 자살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다. 요즘에도 유명인들의 자살 소식을 들을 수 있다. 이제 자살은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사회현상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자주 경험하게 되는 현실이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주변에서 종종 자살을 목격하게 되면서 자살에 대해 성경이 어떻게 가르치고 우리가 무엇을 바로 알아야 하는지 생각해본다.

자살은 자신의 생명을 끊는 것이므로 살인죄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타인의 생명을 빼앗은 것은 심각한 죄이고 현행법에도 저촉되어 처벌 받지만 자신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살인한 본인을 처벌할 수 없으니 법을 어긴 것은 아닐지라도 심각한 죄를 저지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자살의 동기나 자살을 하게 되는 상황을 살펴보면 모든 자살이 동일하지는 않다. 예를 들어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던 사람이 자살을 한 것은 엄밀히 말하면 병사(病死)로 볼 수 있다. 우울증이라는 질병이 원인이 되어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그렇게 볼 수도 있다. 마치 정신병 환자가 살인을 한 경우에 일반인과 같은 범죄로 처벌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이렇게만 보면 자칫 자살을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또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표현하기 위해 분신자살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나 조직이 그 죽음을 순교적 죽음으로 미화하거나 동정 여론을 조성하기도 한다. 사회의 정의를 회복하기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는다는 열정에 긍정적인 면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행동 역시 자살을 미화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복음으로 인해 핍박받다가 죽는 순교와도 차이가 있다.

같은 맥락으로 자살과 관련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회복되기 힘든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자살을 방조하는 안락사(安樂死)의 문제다. 최근에 존엄사(尊嚴死)와 관련해서 혼동이 되기는 하지만 이것 역시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는다는 면에서 죄의 범주에 들어간다.

이렇듯 다양한 동기와 정황이 있기에 자살을 획일화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자신이 끊기로 결정한 것은 생명에 관한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므로 죄악으로 간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본적으로 자살이 죄악이라는 점에 대해서 크리스천들에게 이견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자살한 사람이 구원을 받는가 받지 못하는가의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이 더욱 복잡하다. 자살한 연예인의 출석 교회 목사가 장례식을 기독교식으로 집례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한다. 자살은 자기 목숨을 끊은 것이므로 살인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그런 사람이 구원을 받겠느냐는 의문을 갖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의문에 대해서 성경은 분명히 가르쳐 준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피로 속죄하지 못할 죄는 없다는 것이다. 구원의 여부는 그가 어떤 죽음으로 생을 마쳤거나 어떤 죄를 지었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다. 자신을 위해 구속의 피를 흘리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분명한 믿음 여부에 달려있다. 자살한 사람이 교회는 다녔지만 예수님을 진심으로 믿지 않았다면 구원받지 못할 것이다. 그가 자살했기 때문이 아니라 예수님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구원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람이 살아있는 동안에 예수님을 믿었다면 자살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원을 받을 것이다. 예수님이 이미 십자가에서 그가 자살한 죄까지 속하셨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살이 죄가 아니라거나 구원을 받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으니 자살을 해도 괜찮다고 말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자살은 분명히 죄악이고 이 죄악에 대해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시지 않으실 것이 분명하다. 아마도 예수님을 믿는 사람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면 하늘나라에 가서 하나님께 큰 책망을 들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자살을 한 죄 때문에 구원을 받지 못한다면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성경은 분명히 우리가 어떤 행위가 아닌 하나님의 은혜인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는다고 가르친다(엡 2:8-9).

성도가 자살했을 때 그가 구원을 받을지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구원의 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한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그 사람이 겪었을 마음의 고통이나 가족이 당할 슬픔을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당사자에 대한 연민의 정을 먼저 느끼는 것이 바람직하다. 올바른 교리적인 지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지만 때로 지식은 교만하게 할 수 있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는 사랑이 덕을 세울 수 있다(고전 8:1). 이런 일을 당했을 때는 구원의 문제를 논하기보다는 당사자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고 가족들을 위로하는 것이 성도가 마땅히 취해야 할 태도가 아닌가 생각된다.

자살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복잡해졌기 때문이고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사랑이 식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세상에서 하나님을 믿는 우리는 공동의 책임을 느끼면서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주고 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