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선기 목사

[방선기 생활신앙 ( 49) ] 먹을거리에 대해서

꿈 꾸는 소년 2013. 9. 9. 09:38

[방선기 생활신앙 ( 49) ] 먹을거리에 대해서
방선기 목사(직장사역연합 대표)
2011년 04월 04일 (월) 09:34:10 방선기 ekd@kidok.com

먹을거리를 영적 통로로 만들자

참된 영성은 먹고 마시는 일 통해 하나님 영광 드러내는 것

   
  ▲ 방선기 목사  
꽤 오래 전에 한 교회에서 목사님과 성도들 사이에 작은 갈등이 있었다. 보신탕을 싫어하는 목사님이 교계 신문에 “보신탕 유감”이란 글을 기고한 것을 복사해서 성도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 글을 읽은 성도들 중에 보신탕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반발했다. ‘우리 고유의 음식인 보신탕을 먹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가? 목사님이 보신탕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교인들은 보신탕을 먹으면 안 된다는 말인가?’

이런 특정한 먹을거리에 대해 사도 바울은 어떻게 말하는가? 이제 예수님의 구속 사역으로 인해 어떤 음식이 특별하게 속되지 않으므로 모든 음식을 먹을 수 있다.(롬 14:14) 하지만 혹시 그 음식이 형제를 거리끼게 한다면 먹지 않는 것이 좋다.(롬 14:21) 이것이 믿음을 가진 사람이 가져야할 먹을거리에 대한 자세일 것이다. 비단 보신탕뿐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먹고 마시는 문제들이 이렇게 믿음과 무관하지 않다.

주님은 먹고 마시는 문제로 염려하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이 다 해결해주실 것을 믿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마 6:31) 그런데 따지고 보면 먹는 문제가 사람들의 삶에서 가장 기본적이라는 점을 인정하신 셈이다. 먹고 마시는 문제는 일상적인 일이다. 모든 것을 믿음으로 행해야 하는 크리스천들은 이 음식에 대해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해야 할 것인가?

예수님은 음식과 관련하여 다양한 교훈을 주셨다. 예수님은 세례 요한과는 달리 사람들과 어울려서 음식을 잘 드셨다. 그래서 음식을 탐하고 포도주를 즐기는 자라는 비판을 받으시기도 했다.(눅 7:34) 그렇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금식을 하기도 하고 금식을 가르치기도 하셨다. 음식을 절제하는 것이 경건에 유익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성경이 전체적으로 가르치는 내용이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음식을 먹고 마시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므로 이것을 즐기는 것도 하나님의 선물이다.(전 9:7) 그러나 에스더가 그랬던 것처럼 때로는 금식으로 신앙적 결단을 표현할 수 있다.(에 4:16)

예수님은 40일간 금식한 후 사탄이 돌로 떡을 만들라고 유혹했을 때 단호히 거절하셨다.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으로 산다며 사탄의 유혹을 물리치셨다.(마 4:4) 자신의 식욕을 채우기 위해 하나님의 능력을 사용하지 않으신 것이다. 그렇지만 말씀을 듣기 위해서 모여든 무리들이 배고픈 것을 보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살면 된다고 하지 않으셨다. 하나님의 능력으로 오병이어를 가지고 오천 명 이상의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셨다.(마 14:13~21) 자신의 먹을 것은 절제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먹을 것에 대해서는 사랑을 베푸신 것이다. 이같이 먹고 마시는 문제는 유혹의 통로가 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동시에 먹을거리는 그리스도의 사랑과 능력을 보여주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식사를 하셨다. 식사는 당연히 육신의 필요를 채우는 일이었다. 그런데 유월절 식사 중에 빵과 포도주로 영적 필요를 채워주셨다. 십자가에서 찢길 몸과 흘릴 피를 음식을 먹는 과정을 통해 보여주셨다. 예수님에게 먹는 것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만이 아니라 구속 사역을 가르치는 도구가 되었다. 일상의 식사에서 먹고 마시던 떡과 포도주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을 체험하게 하신 것은 일상 속에서도 구속의 체험을 느끼게 하시려는 것이 아니겠는가.

예수님 당시에는 사람들이 먹고 마시는 일에 많은 규정이 있었다. 구약의 율법에 규정된 부정한 음식은 먹을 수 없었다. 그런데 예수님이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모두가 율법의 멍에에서 풀려나게 되었다. 그래서 모든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베드로가 환상 중에 본 더러운 음식을 거절하자, 하나님께서 깨끗케 하신 것을 속되다 하지 말라는 음성이 들렸다.(행 10:15) 그리스도의 대속의 죽음으로 인해서 우리는 죄에서 자유로워졌을 뿐 아니라 음식의 규정에서도 풀려났다. 이제 크리스천들은 어떤 음식도 자유롭게 먹을 수 있다.

먹고 마시는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다보면 떠오르는 말씀이 있다. “하나님의 나라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 안에 있는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롬 14:17) 이런 말씀을 보면 먹고 마시는 것은 육체와 관련된 문제이니까 하나님 나라와 무관한 일처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바울은 먹고 마시는 문제로 사람들을 비판하고 갈등을 빚는 상황을 안타까워하면서 로마교회 교인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먹고 마시는 문제 자체가 죄가 아니라 그 문제 때문에 갈등을 빚고 싸운다면 그것이 죄가 된다.

먹고 마시는 일은 얼마든지 영적인 일이 될 수 있다.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전 10:31)고 하신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먹고 마시는 일은 육체의 일이지만 얼마든지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일이 될 수 있다. 참된 영성은 먹고 마시는 일을 포기하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그럴 수도 없다) 그것을 통해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다. 무엇을 얼마나 먹고 마시는지는 단순한 식생활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믿음을 드러내는 기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