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구름에 달 가듯이 - 이영승[동부지회. 2021.3.15. 제194호]

꿈 꾸는 소년 2021. 6. 23. 13:54

 人生은 장밋길이 아니라고 한다. 누구나 한세상 살다보면 수많은 슬픔과 괴로움을 겪게 될 것이다.

그중에서도 황혼기에 접어들면서 하루하루 心身이 衰弱해 가는 과정을 겪는 悲哀는 참으로 堪耐하

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를 恨歎하고 슬퍼했지만 누구도 그 길을 피해가지 못했다. 

太初에 創造主가 그렇게 만든 運命인 어찌하랴!

 

  낮에는 꾸벅꾸벅 졸지만 밤에는 잠이 오지 않고

  哭할 때는 눈물이 없고 웃을 때는 눈물이 나며

  30년 前 일은 記憶하면서 눈앞의 일은 잊어버리고

  고기를 먹으면 뱃속에는 없고 이빨 사이에 다 끼며

  흰 얼굴은 검어지는데 검은 머리는 희어진다. 

 

 朝鮮 中期 大 儒學者 성호 이익 星湖 李瀷이 남긴 '老人의 다섯 가지 挫折'이라는 글이다 마디마디가

늙어감을 恨嘆하는 切切한 내용이라 가슴이 찡하며, 共感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으랴 싶다.

 

  대머가 되니 빗이 필요치 않고

  이가 없으니 齒痛이 사라지며

  눈이 어두우니 공부를 안 해 편하고

  귀가 안 들려 세상 是非에서 멀어지며

  붓 가는 대로 글을 쓰니 손볼 필요가 없고

  하수들과 바둑을 두니 여유 있어 좋다.

 

 동일한 人生無常을 茶山 丁若鏞 선생은 좌절할 일이 아니라 정 반대의 '여섯 가지 즐거움'으로 받아들였다. 같은 事案을 두고 이토록 다르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神通하다. 人生萬事 생각하기 나름이라 했던가? 暫時 생각을 轉換하니 無氣力하던 心氣에 에너지가 솟아나는 듯하다. 늙어가면서 歲月이 虛妄하지 않는 사람은 누가 있으랴.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 老後가 더 幸福할 수 있느냐이다. 痛嘆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며 避한다고 비켜갈 수도 없지 않은가? 세상을 부정과 긍정 어느 쪽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이토록 삶이 달라질 수 있다니 實로 驚嘆을 禁할 수 없다.

 내 인생도 어느덧 古稀를 넘어 하향길로 접어들었다. 위의 글을 보고나니 10년, 20년 후가 實로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정신분석하자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貪慾에 집착하면 마음이 공허해지므로 존재가치에 意味를 두고 살아야 참다운 삶이 가능하다'고 했다. 지난 세월 나는 참다운 삶이 무엇이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울타리 밖의 현실에 쫓겨 짝퉁 인생을 살아온 것이다.

 문제는 남은 세월을 어떻게 살 것인가이다. 인생은 苦惱하고 觀照한 두 분 선각자의 글에서 喪失했던 自我를 잠시나마 回復하는 듯하다. 앞으로 살면서 눈 어두워지고 머리 빠진다고 한탄할 일 아니로다 구름에 달가듯이 흐르는 인생, 세월에 順應하며 말없이 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