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壇

울지 못하는 거문고 - 金英南<서울동부지회>

꿈 꾸는 소년 2012. 9. 28. 02:53

溪谷을 가로지르는 巨大한 줄

여섯 줄 거문고, 너 송전선

저 큰 거문고 누가 타나

바람이 타는가 누보라가 타는가

 

계곡의 비바람은 천지를 뒤흔드는데

흔들고 흔들어도 조용할 뿐

벼락이 때려도 울지 않는구나 

 

그러나 나는 안다

거문고 네가 울지 못하는 이유를

네가 참아준 덕분에

도시를 밝히고 공장이 돌아간다는 것을

 

소리 없는 침묵

아! 여섯줄 거문고에

너 울지 못하는 송전선이여

 

<註 : 어느 날 수락산을 오르며 송전선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직업의식이 發動, 여름이면 늘어나고 겨울이면 팽팽이 당겨져 송전선이 비바람으로 진동하면 끊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줄 끝에 아령처럼 장치를 매달아 진동을 흡수시키는 것 아닌가. 옆에 있던 친구가 "그러면 현악기 같겠네"라며 음악선생 다운 표현으로 되묻는 말에 순간 나의 상상이  나래를 폈다. 저 송전선은 진동흡수장치에 의해 울림이 억제되고 있어 울고 싶어도 울지를 못한다는 사실이다. 마음속에 뜨거운 전류가 흘렀다. 그리고 험하고 가파른 산길을 오르며 선로를 순시하는 송전원들의 더운 땀방울과 아픈 다리도 함께 나의 눈앞울 스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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