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선기 목사

[방선기 목사의 생활신앙(41)] 세상 속 지혜에 대해서

꿈 꾸는 소년 2013. 9. 9. 09:25

[방선기 목사의 생활신앙(41)] 세상 속 지혜에 대해서
방선기 목사(직장사역연합 대표)
2011년 02월 07일 (월) 10:47:38 기독신문 ekd@kidok.com

 
타협하지 않는 뱀의 지혜 구해야

비둘기 같은 순결 위해서는 경건의 훈련 필요


   
  ▲ 방선기 목사  
전에 한 식당에 들어갔는데 안내판에 인상적인 문구가 있었다. 한 테이블 당 주류는 한 병만 주문 가능하며 소매점 가격으로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보면 너무나 의아하게 느껴질 안내판이었다. 식당에서 술을 팔아 이익을 남기는 것을 포기하다니…. 그러나 나는 매우 감동했다.

우리나라에서 식당을 운영하면 대개 술을 팔게 된다. 그것이 크리스천들의 양심에는 걸린다. 술을 팔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쉽게 말하지만 식당에 온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생각하면 술을 팔지 않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 아예 크리스천은 요식업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크리스천이 경제적인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식당을 경영하고 사람들에게 유익한 음식을 제공하는 일은 장려할 만한 일이다. 더구나 음식을 만드는데 재능이 있는 경우라면 더욱 열심히 해야 할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술을 파는 문제는 신앙적으로 고민거리가 된다. 그 식당 주인은 그 문제를 가지고 고민하고 기도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결국 식당의 기본적인 서비스를 위해서 술을 팔지만 식당에서 과도하게 술을 마시는 것을 금했다. 또한 그 식당에서는 적어도 술을 파는 일로는 돈을 벌지 않겠다는 점을 천명했다. 그 식당의 안내판을 보면서 나는 그런 결정을 한 식당 주인의 신앙고백을 읽는 것 같았다. 고민하면서 자신의 일에 대해 기도했을 그 모습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다.

우리 크리스천의 삶에서 이런 노력이 필요하다. 바로 이것이 생활신앙의 실천이 아닌가 생각한다. 세상에서 경건하게 살기 위해서는 세상과 구별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세상과 동떨어진 생활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주님은 성도들이 세상의 죄에 빠지지 않기를 원하셨지만 세상 속에서 살기를 원하셨다(요 17:15). 신앙적 갈등이 없는 일만 찾으려고 한다면 주님의 요구를 충실하게 따르는 것이 아니다.

정 그렇게 살려면 교회와 관련된 일을 하거나 아예 신학교에서 가서 목회자가 되는 길밖에 없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갈등이 없지 않다는 점은 미리 알아야 한다. 그러나 많은 크리스천들이 그렇게 세상과 떨어져 살려고 한다면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기회를 얻을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 크리스천들은 세상에서 불법적이거나 비도덕적인 일이 아니라면 모든 일을 할 수 있고 또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도전해야 한다.

그러나 합법적인 직업을 택해서 일하더라도 신앙적 갈등은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에 그저 세상과 타협해서 남들이 하는 대로 하는 크리스천들이 있다. 그런 사람은 믿음이 있다고 해도 믿음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믿음으로 살기 위해서는 세상의 풍조와는 구별된 결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롬 12:2). 세상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신앙이다. 이런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주님은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하라고 가르치셨다(마 10:16).

이 원리는 주일을 지키기 힘든 직장에 다니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크리스천들은 원칙적으로 주일을 지킬 수 있는 직장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주일을 정기적으로 지킬 수 없지만 크리스천이 사명감을 가지고 일해야 하는 직종이 있다. 주로 24시간 일을 해야 하는 직종들인데 의료계나 공익 계통의 직업, 그리고 주말이 더욱 바쁜 레저와 판매 관련 직업 등이 그런 곳이다.

주일성수를 한다는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그런 직업을 포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에서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서는 그런 직장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그런 직종을 크리스천들이 다 포기한다면 세상을 정복하고 다스려야 하는 하나님의 창조 명령(창 1:28)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수행할 것인가? 그렇다고 주일성수가 힘든 직종에 모든 크리스천들이 마음 놓고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곳에서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는 남다른 수고가 필요하다. 이 경우에도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해야 한다. 특히 이런 직종에 비전을 가진 성도들은 타문화권에 가는 선교사들이 준비하듯이 믿음을 충분히 훈련받은 후에 가야 한다.

교회는 이렇게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 분투하는 성도들에게 비둘기의 순결을 유지하기 위한 신앙적 결단을 요구할 수 있다. 성도들은 손해를 감수하면서 결단해야 한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이지만 신앙 양심에 걸리기 때문에 포기한다면 아름다운 결단이다.

그러나 교회는 세상에서 적극적인 삶을 살려는 성도들에게 뱀의 지혜를 가지도록 도와야 한다. 세상 속에서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죄악 세상 속에 발을 디디고 살면서도 세상 풍조와 타협하지 않는 뱀의 지혜가 필요하다.

세상에서 비둘기같이 순결하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그 말씀대로 살아야 한다. 하나님의 뜻을 따르기 위한 경건의 훈련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세상과 타협하게 된다. 그러면 주일에 교회에서는 신앙인이지만 세상에서는 세상에 속한 사람이 되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