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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찬기 목사 |
| <리더십의 바톤터치>에서 저자 박진석 씨는 “위대한 리더는 다음 세대의 리더에게 가장 정확한 타이밍에 가장 적절하게 리더십의 바톤을 넘겨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어떤 리더가 자신의 재임 기간 동안 탁월한 업적을 이루었다 하더라도 위대한 리더라면 자신의 사임 이후에도 다음 리더가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남가주 사랑의교회 김승욱 목사가 할렐루야교회의 후임으로 청빙되었다. 또한 지구촌교회도 뉴비전교회의 진재혁 목사를 후임으로 내정했다. 이처럼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미주에서 사역했던 목회자들을 후임으로 선정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의 한 원인은 한국교회를 새롭게 이끌어갈 목회자를 잘 선정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미주의 목회자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세계화 시대에 언어의 극복을 위해 미주 목회자를 선호한다는 느낌도 든다. 이처럼 교회들이 세대 교체를 앞두고 목회자 청빙에 고민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교회의 규모가 작든지 크든지 목회자 청빙에 ‘인사가 만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사역자 청빙에 개선돼야 할 문제들은 없을까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좋은 지도자 한 사람을 모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청빙에 대해 고민하는 만큼, 청빙과정에 대해서도 재고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개선해야 할 잘못된 관행의 하나는 청빙과정의 불투명이다. 속 된 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말이 있다. 이미 어떤 결정을 해 놓은 상태에서 여론 무마용 청빙의 형식을 거치는 절차를 취하는 것이다. 목회자를 미리 내정해 놓고, 사역자 모집 공고를 내는 것이 과연 옳은가? 그리고 여기에 순진한 목사들을 들러리로 세운다. 이것은 하루 빨리 시정되어야 할 사기이다. 죄악이다. 청빙과정이 투명하지 못한 것이 나중에 드러난다면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연막전술의 속임이 아닌가.
부교역자든 담임목사든 정해진 규정에 맞게 청빙에 응했다면 청빙의 공정한 과정이 밝혀 우리가 이렇게 결정한 이유를 설명해줘야 한다. 잘 준비된 사역자를 필요로 한다면 먼저 교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의 선정 배경을 설명해 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예를 들면 학문적인 사역자를 원할 수도 있고, 열정의 사역자를 원할 수도 있고,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 박사학위 소지자 등을 원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들을 명시 해 주면 좋을 것이다.
또한 목회자로 지원한 사람들이 유의할 사항들이 있다. 교회가 목사를 청빙한다고 밝혔음에도 강도사나 전도사가 지원하는 일은 양쪽 모두에게 낭비적인 면이 없지 않다. 그리고 청빙의 과정이 끝났을 때 서류를 되돌려 보내면서 그 이유를 밝혀 주는 친절을 겸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내가 왜 그 교회에 청빙되지 못했는가’ 간단한 이유를 투명하게 설명해 준다면 얼마나 감사할 일이겠는가. 청빙을 위해 온 가족이 애타게 금식하며 기다리는 사역자들도 있다. 심지어 그 교회에 청빙 받기 위해 금식까지 하면서 죽음을 각오하는 사역자들도 있다.
게다가 쓸데없이 초빙여부가 결정도 되지 않았는데 청빙 서류에 건강진단서까지 첨부케 하기 보다는 1차 서류 전형에서 몇 사람으로 결정된 후에 인터뷰를 하면서 서류를 제출토록 해도 하등의 문제가 없을 것이다. 청빙과정이 교회 편의주의 발상에서 비롯되었다면 사역자의 입장에서도 한번 쯤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교회는 사역자가 ‘사역해 보고 싶은 교회를 찾고 있다’는 역발상적인 면에서 접근하여, 사역자에게 길을 열어 준다는 차원에서 접근하면 좋겠다. 사역자들이 제대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을 다하겠다는 교회의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여 서로 하나님의 기쁘신 뜻을 이뤄 나가는 그런 청빙이 된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이런 시각에서 우리 교단만이라도 한층 더 발전적인 청빙의 과정을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개선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
차제에 군목들의 제대 후의 청빙 문제도 생각해 보자. 군목들에 대한 일종의 편견으로 좋은 재원들의 능력이 충분하게 발휘되지 못하는 경우를 안타깝게 생각한다. 사역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군종으로서 목회를 한 경력을 인정해야 되지 않겠는가? 군목들은 좋은 면에서 다양한 목회 경험을 통해 지도력을 임상적으로 훈련받은 좋은 재원들이 아닌가. 좋은 참모로서 과정을 훈련받았을 뿐만 아니라 사명 지향적인 사역자들을 아무 경력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 풍토는 교단적인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일반 목회의 부목보다 더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아왔는데 부목 경험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청빙에서 제외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군목 특별 청빙에 대해 고려해 보았으면 한다. 교단의 좋은 인재 등용에 열린 사고와 더불어 교단의 좋은 지도자를 배려하고 키워 나가는 풍토를 만들어 나가기를 소원한다.
1세대 사역자가 아름답게 사역을 마감하고 떠날 때 박수를 받고, 그 뒤를 이어 후임자가 전임 사역자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지속적으로 지도력을 발휘할 때 온전하고 건강한 교회를 이뤄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