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칼럼

[시론/이정재]청년실업만 실업이 아니다 <2010-08-03 >

꿈 꾸는 소년 2010. 8. 3. 04:33



 얼마 전만 해도 중요한 결정에 참여하거나 행사하던 친구가 하나둘씩 은퇴하더니 이젠 교직을 제외하고는 첫 직장에 남아 있는 경우가 드물다. 은퇴한 친구를 살펴보면 재취업에 성공하여 직장은 바뀌었지만 평생 하던 일을 계속하는 부류와 다행히 건강을 잘 유지하고 노후준비를 잘해 취미생활을 즐기는 부류, 그리고 건강 때문이건 노후 준비 때문이건 전혀 연락이 되지 않는 친구가 있다.

노인일자리 창출도 늦출 수 없어

 누구나 싼 의료비로 고급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국민건강보험 덕택에 모든 국민이 오래 살게 됐다. 금년에 회갑을 맞이한 베이비붐 세대는 90세 이상 살 수 있다고 예상된다. 첫 직업에서 은퇴한 이후에도 30년쯤을 더 살게 되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이 시기를 유소년기와 청장년기에 이은 제3기(노년기)로 이름 짓기도 한다.

 노년기와 관련해서는 직업과 관계없이 인생의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그룹, 산업현장에서 쌓은 많은 경험을 새로운 지식과 융합하여 직무의 영역을 확장하면서 계속 사회활동을 하고자 하는 그룹, 생계유지에 필요한 새로운 기능을 습득하고자 하는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그룹의 욕구에 대해서는 지금도 대학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공개강좌가 활성화되어 있으므로 별문제가 없다. 그러나 두 번째 그룹과 세 번째 그룹을 위해서는 별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일하는 노인, 즉 워킹실버가 300만 명에 육박하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3∼4배 많다고 한다. 사회보장이 잘 발달된 선진국에 비해 아직 우리는 노인 지원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1980년만 해도 노인생활비의 76% 정도를 담당하던 아들 세대가 요즈음에는 30%도 지원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실버세대의 부담은 22%에서 41%로 급증하였다.

 복지선진국인 독일은 노인생활비의 78%를 국가가 담당한다. 우리가 이 예를 따른다면 사회보장 및 복지예산(54조 원)에 교육예산(38조 원)을 포함해 모두 100조 원가량의 재원이 필요하다. 우리의 성장잠재력이 사라져 버릴지 모르므로 어려운 수치다. 따라서 스스로 일해야 하는 계층이 빠르게 늘 수밖에 없고 일하는 기간이 늘어나므로 노인의 취업 경쟁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하는 노인이 건강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졌다. 문제의 핵심은 노인이 일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이나 보수에 비추어 어울리지 않는 일을 하면서 가족과 사회의 존경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노인의 경험을 문화와 예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창출하고, 존경을 받으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천천히 일할 수 있는 직업군과 사회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첨단기술과 가정산업의 결합, 도시공학과 원예학의 결합, 생산 공학과 법학의 결합 같은 융합분야는 새로운 분야이면서 오랜 경험과 새로운 지식의 만남이 필요하므로 노인자원을 활용할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경륜 살릴 고부가가치 직업 마련을

 우리는 전체 인구의 25%, 성인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국민이 머지않아 겪을 고령화에 따른 문제를 가정과 개인에게 맡겨 놓았다. 이러다가는 평생의 교육과 직업을 통해 얻은 소중한 지식을 송두리째 버리게 될지 모른다. 이제는 국가적 사업의 하나로 노인을 새로운 자원으로 전환하면서 맞춤형으로 교육하고 지원할 때다. 고령화 사회는 세계 어떤 나라도 경험하지 못했지만 모든 나라가 지향하는 사회이다. 성공적으로 고령사회를 이룩하는 일은 새로운 성장산업을 확보하는 일과 같음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