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세상에도 슈퍼파워가 존재한다. 웹월드의 ‘G2’는 구글과 페이스북이다. 4시간마다 미 의회도서관 분량의 정보를 긁어모으는 구글에 ‘구글당한(Googled)’ 사람들은 ‘구글의 지배(Googlocracy)’를 우려하고 있다.
이런 21세기판 골리앗을 불안하게 하는 다윗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이다. 지난달을 기점으로 이용자가 5억 명을 넘어선 페이스북은 트래픽 점유율 면에서는 6개월째 구글을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세계 최대의 검색업체와 세계 최고의 SNS 중 누가 들썩이는 웹월드를 평정하고 유일의 슈퍼파워로 떠오를 것인가.
구글과 페이스북 간 힘겨루기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는 창립자의 학문적 DNA를 견주어보는 것이다. 구글의 공동 창립자인 37세 동갑내기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수학자와 컴퓨터공학자 집안의 자제들로 미국 서부의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브린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할아버지가 모두 러시아 출신 수학자였다. 이들로부터 수학적 재능을 물려받은 브린은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과학자 리처드 파인먼을 우상으로 알고 컸다. 페이지의 부모는 모두 컴퓨터공학자인데 그의 롤모델은 ‘돈과 명예를 얻지 못한 에디슨’이라 불리는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였다
소설 및 영화에 관심이 없었던 브린, 페이지와 달리 페이스북의 창립자인 마크 주커버그(26)는 미국 동부 하버드대의 인문학도 출신이다. 치과의사인 아버지와 정신과의사인 어머니를 둔 주커버그는 대학에서 심리학과 컴퓨터공학을 함께 공부하다 중퇴했다.
명문 고교인 필립스 엑스터 아카데미 재학 시절엔 고전과 라틴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때 만든 컴퓨터게임도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등장하는 고대 로마가 배경이었다. 대학에서는 호머의 전쟁 서사시 ‘일리아드’를 줄줄 외우고 다녔고 “(페이스북에 근무하면) 사람들이 당신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등 요즘도 연설할 때 고전을 자주 인용한다.
수학자와 공학자의 피가 흐르는 브린과 페이지가 1998년 가장 효율적으로 정보를 찾아주는 구글을 설립한 것은 필연인지 모른다. 이들은 “수학적인 알고리즘으로 찾지 못할 해답은 없다”고 자신한다. “사람이 가장 재미있다”는 주커버그가 대학 재학 시절인 2004년 관계 맺기와 인맥 관리가 목표인 페이스북을 만든 것도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아킬레스건에 보인 반응도 구글스럽고 페이스북답다. 계량화할 수 없는 개념에 가치를 두지 않는 브린과 페이지는 “데이터는 유익하다”며 프라이버시 논쟁을 답답해했다. 페이스북을 ‘급진적 투명성’을 위한 사회운동으로 여기는 주커버그는 “프라이버시의 시대는 갔다”고 공언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제 구글은 페이스북이, 페이스북은 구글이 점령한 시장에 침투하면서 격전 지역을 넓혀가고 있다. 페이스북은 자체 검색 결과에 외부의 웹문서를 공개해 구글을 긴장시키고 있다. 구글은 SNS 서비스인 ‘구글미’로 페이스북을 견제할 태세다.
기술의 구글인가, 감성의 페이스북인가. 수학과 고전이라는 기초학문에 젖줄을 대고 21세기 인터넷 혁명을 이뤄낸 구글과 페이스북이 더욱 넓고 치열해진 전장에서 어떤 승부를 펼쳐보일지 사람들은 구글과 페이스북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다.
이진영 인터넷뉴스팀 차장 ecolee@donga.com <2010.8.11.수.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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