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 안 믿던 사람들 어디 갔나 지난겨울 폭설과 한파는 한반도만 덮친 것이 아니었다. 미국 유럽 중국이 50∼80cm의 폭설과 영하 40도의 추위로 얼어붙었다. 폭설로 차량과 사람의 이동이 불가능해진 워싱턴에선 연방청사가 나흘간 문을 닫기도 했다. 그로부터 8, 9개월이 흐른 지금 워싱턴 병원들은 ‘폭설 베이비’를 낳으려는 산모들로 붐비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당시 일부 정치권은 “지구온난화 주장은 허구”라며 환경론자들을 몰아세웠다. 공화당 짐 드민트 상원의원은 “앨 고어가 항복할 때까지 워싱턴에 폭설이 내릴 것”이라는 글을 남겼고, 세라 페일린 전 부통령 후보는 “기후변화 주장은 과학적 허풍”이라고 열을 올렸다. 온난화를 둘러싼 논란은 재미있게도 소(小)빙하기 도래설로 이어졌다. 영국 데일리메일 일요판은 해양의 자연변동성으로 향후 20∼30년간 지구 기온이 내려가는 소빙하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100년간 지구 기온의 명백한 상승이 보여주듯 소빙하기설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지만 돌이켜보면 이는 온난화 논리에 대한 사람들의 반감도 만만치 않음을 짐작하게 한다. 우리나라 날씨도 올해는 드라마틱했다. 봄에는 이상저온이 계속됐다. 기상청은 벚꽃 개화시기를 축제에 맞춰 당초 4월 6일로 발표했다가 8일, 11일, 12일로 세 차례나 수정했다. 장마는 짧게 끝나버렸고 무더위는 9월까지 계속된다는 예보다. 일본도 날씨 맞히기가 어려웠던지 그곳 기상청은 올해부터 벚꽃 개화 예보를 중단했다. 반면 지구 전체의 봄 기온은 기상관측이 시작된 1880년대 이래 가장 높았다. 미국 대기해양청 국가기후자료센터에 따르면 3∼5월 지구기온은 14.4도로 20세기 평균보다 0.73도 높았다. 기후변화시대 ‘맞춰 살기’ 서둘러야 기실 나도 온난화 여부를 검증할 능력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코펜하겐 합의가 말해주듯 기후변화 대책은 각국이 선택을 하고 말고 할 단계를 지났다는 점도 분명하다. 올해 한파와 폭염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이런 ‘이상한 날씨’가 앞으론 지극히 정상적인 날씨가 되리라는 점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2100년까지 우리나라 기온이 4도 상승할 경우 약 800조 원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느낌이 잘 오지 않지만 지금 겪고 있는 찜통더위는 온난화를 실감케 한다. 보건복지부는 그제 폭염으로 2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평균기온이 26도 이상이면 사망자가 늘어나고 1도 높아질 때마다 사망률은 2.6%까지 높아진다고 한다. 혹한과 무더위 같은 극단적 날씨에 내 몸, 내 생활을 적응시키는 것이 점점 긴박한 삶의 우선순위가 되고 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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