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너는 오 지금 너는 가고 없는 순자야 (1987년 간행된 첫 시집<신 한 마리>에 수록된 시) * 순자가 근무하던 공장은 답십리에 있고 그가 다니던 야간특별학급은 구의동에 있었다. * 회사에서 그가 죽은 후 일체 접근을 금하여 슬퍼해줄 친구 하나 없이 화장되었다 한다. [詩] 2017.01.27
사무원 / 김기백(1957- ) 이른 아침 6시부터 밤 10 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그는 의자 고행을 했다고 한다. 제일 먼저 출근하여 제일 늦게 퇴근할 때까지 그는 자기 책상 자기 의자에서만 앉아 있었으므로 사람들은 그가 서 있는 모습을 여간해서는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점심 시간에도 의자에 의자에 단단히 붙박여 .. [詩] 2017.01.26
내가 아는 남자 / 이호자(경기도 광주 문화원) - 2016 내가 아는 앞서가는 남자의 모습 어깨가 휘어져 둥근 지구를 닮아가네 낯설어라 남산자락 느티나무 아래에서 밀짚모자 삐딱하게 쓰고 나를 기다리던 참신한 모습이 간데 없네 푸른(높은) 하늘 응시하는 고운 눈매 겸허한 언어로 살아낸 세상사 울 줄도 모르고 투정도 모르고 결대로 살았.. [詩] 2017.01.16
해피 버스데이 - 오탁번 해피 버스데이 │오탁번 作 시골 버스 정류장에서 할머니와 서양 아저씨가 읍내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제멋대로인 버스가 한참 후에 왔다 ─왔데이! 할머니가 말했다 할머니 말을 영어인 줄 알고 눈이 파란 아저씨가 오늘은 월요일이라고 대꾸했다 ─먼데이! 버스를 보고 .. [詩] 2015.08.05
행복 - 헬만 헷세 < 행복 > Hermann Hesse 행복을 찾아 쫓아다니는 한 당신은 아직 행복을 누릴 만큼 성숙하지 못하다. 비록 모든 사랑스러운 것이 당신의 것이 된다 해도. 당신이 잃어버린 것을 한탄하고 목표를 정하고 초조하여 있는 동안은 당신은 아직 평화의 뜻을 모르고 있다. 모든 희망을 포기하고 .. [詩] 2015.03.15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하였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태양 시계 위에 던져 주시고, 들판에 바람을 풀어놓아 주소서. 마지막 열매들이 탐스럽게 무르익도록 명해 주시고, 그들에게 이틀만 더 남국의 나날을 베풀어 주소서. 열매들이 무르익도록 재촉하여 주시고, 무거운 .. [詩] 2014.10.28
청포도<이육사 / 1904~1944>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 [詩] 2014.10.15
바람 - 성환조<충북지회 / 시인> 때로는 차다. 때로는 시원스럽다. 때로는 비를 따라다니며 구름 따라 다니며 비 앞에 먼저 간다. 구름 앞에 먼저 간다. 안개 속을 지나간다. [詩] 2014.10.13
弔辭 - 김지하(1964.5.20.14시 서울대 문리대 교정) 시체여! 너는 오래전에 이미 죽었다. 죽어서 썩어가고 있었다. 넋없는 시체여! 반민족적, 비민주적, 민족적 민주주의여! 시체여! 죽어서까지도 改惡과 造語와 傳言과 飜意와 難動과 不安과 彈壓의 名手요 天才요 巨匠이었다. 5월 16일만의 민족적 민주주의여! 백의민족이 너에게 내리는 마.. [詩] 2014.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