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53

일흔 즈음에 - 김광덕[ 전우회 서부지회 2019.11.10. 제186호 ]

동백꽃은 일러 아직 피지 않았고 길가 시누대숲은 서걱-서걱- 바닷바람에 춤추고 있었다 오동도에는 춤추고 있었다 오동도에는 철없이 피는 동백꽃은 없더라. 철모르고 피는 꽃은 언제나 惻隱(가엾고 불쌍함.)하더라. 하지만 어쩔 것인가 태풍이 나뭇잎을 떨어뜨리고 가면 나무는 철을 가리지 않고 꽃을 피운다는데 不時開花(싹이 개화하는 시기가 아닌데 개화하는 이상 발육 현상.) 한다는데. 문득(생각이나 느낌 따위가 갑자기 떠오르는 모양.) 가을이 왔고 그러다 또 겨울이 올 것이니 우물쭈물하다가 돌아갈 수야 없잖은가 강한 비바람에 쓰러진 나무들, 가을에도 싹을 꽃이라 탓하지 마라 찬란한 계절이 어찌 봄뿐이더냐. 동백섬은 저녁 노을빛에 물들었는데 나는 새들이 더불어 돌아간다 일흔 즈음은 본디의 길로 돌아가는 旅程 더욱 ..

[詩] 2020.12.09

가을 들녘 - 배동연 [ 광주전남지회 2019.11.10. 제186호 ]

고향 하늘 넓은 들녘 바라봅니다 벼이삭 고개 숙여 바람 따라 익어가는지 들녘은 燦爛한 황금빛입니다. 지난여름 더위 먹었던 들판에 가을 햇살이 慰勞하고 단비(꼭 필요한 때 알맞게 내리는 비.)가 내려 벼이삭이 누렇게 영글어 탱글탱글합니다. 장마도 견디고 태풍도 견디고 저 豊盛하고 탐스러운 오곡백과는 농부의 땀과 정성의 結實입니다. 하늘이 끝없이 말고 허수아비 넘실넘실 춤추는 황금 들판에서 일하는 노부부의 잔등 위로 밝은 햇살 찬란하게 지나갑니다. 가을걷이 하는 농부의 밀짚모자 위로 고추잠자리 앉을까 말까 망설이다 날갯짓 하며 한 소식 주려는 동그랗게 날아오릅니다. 가을날 풍성한 황금빛 들판처럼 고향집 마루에 앉아 그윽한 향기 전해주던 어머니의 모습니 그립습니다.

[詩] 2020.12.07

가을 설악 - 신동익 [ 전우회 강릉지회 }

설악에 가을이 깃들면(깃들다 : 아늑하게 서려 들다. 감정, 생각, 노력 따위가 어리거나 스미다.) 고운 빛 눈부시어(눈부시다 : 빛이 아주 아름답고 황홀하다. 활약이나 업적이 뛰어나다.) 가까이 다가서려니 자연의 아름다움에 설레어 멈칫거려집니다. 하루하루 아깝고 고운 날들 잡으려 애를 써 보지만 가을은 자꾸만 내 곁에서 사위어져 가는데 이른 아침 자꾸만 영랑호에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부시시 잠에서 깨어난 청동우리 호숫물에 텀벙이고 긴 다리 긴 목을 지닌 淸楚(화려하지 않으면서 맑고 깨끗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하고 해맑은 해오라기의 표정도 모두 놓치기 싫은 아름다운 모습들 時流에 휩쓸려 때묻고 더렵혀진 눈과 귀로 보고 듣기 憫惘하여 내 작은 눈에 敢히 담을 수 없기에 때문은 가슴 비선대 맑은 물로 씻..

[詩] 2020.11.25

詩와 寺(절.사찰) - 김홍식 [ 전우회 부산지회 ]

시가 있는 곳은 정갈(깨끗하고 깔끔하다.)한 언어가 살아있는 절間이다 默言(아무런 말도 하지 않음.)의 나날(계속 이어지는 하루하루의 날들.) 감추어진 冬安居(승려들이 음력 10월 15일부터 이듬해 1월 15일까지 일정한 곳에 머물며 修道하는 일.)에서도 山門(절 또는 절의 바깥문. 산의 어귀.)의 안팎에서 종소리는 떠돌지만 새벽마다 學僧(경전이나 교리 및 속학을 널리 아는 승려.)의 修練(인격, 기술, 학문 따위를 닦아서 단련함.)이 冥府殿(불교 지장보살을 본존으로 하여 염라대왕과 시왕(十王)을 모신 법당.)을 향해 覺醒( 깨달아 앎.)을 깨운다 바람을 안고 눈바람 꽃은 風景(산이나 들, 강, 바다 따위의 자연이나 지역의 모습.)을 흔들고 새떼 부리는 울렁증에 익숙하지만 墨畵(먹으로 짙고 엷음을 이용하..

[詩] 2020.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