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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 - 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른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멀리서 빈다, 부디 아프지 마라. ☞ 부디 : ‘바라건대’, ‘꼭’, ‘아무쪼록’, 남에게 청하거나 부탁할 때 바라는 마음이 간절함을 나타내는 말.

[詩] 2020.12.12

휘영청 밝은 추석 전날 밤 - 원무현 시인

☞ 휘영청 : 달빛 따위가 몹시 밝은 모양. 시원스럽게 솟아 있거나 확 트인 모양. 시람들 말에는 모난 구석이 없네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않겠나" 둥글둥글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둥글둥글 빚은 송편을 둥그런 쟁반에 담는 동안 자식이 아니라 웬수라던 ☞ 빚다 : 가루를 반죽하여 만두, 송편, 경단 따위를 만들다. 지에밥과 누룩을 버무리어 술을 담그다. 흙 따위의 재료를 이겨서 어떤 형태를 만들다. 어떤 결과나 현상을 만들다. 넷째를 기다리던 당숙께서 밭은 기침을 담 너머로 던지면 먼 산 稜線 위로 보고픈 얼굴처럼 솟은달이 궁글궁글 굴러 와서는 탱자나무 울타리도 와락와락 껴안아 길이란 길엔 온통 달빛이 출렁 보시는가 가시 돋친 말이 사라진 밤 이 둥글고 환한 세상을 ...

詩壇 2020.12.12

고향의 한가위 - 김임수 [ 전우회 서부지회. 제186회. 2019.11.10.]

파아란 하늘이 높아지는 가을, 벼 익은 황금들판에 참새 떼 날고 길가에 코스모스 하늘거리면 내 고향의 한가위가 생각난다. 들에는 穀食이 영글고 나무에는 과일이 익어가고 사람마다 人情이 넘치는 季節이니 말이다. 내 어릴 적 고향의 추석은 아이들에게는 꿈과 浪漫이 豊盛한 잔칫날이었다. 윷놀이, 사물놀이 등 민속놀이로 어른들은 흥겹고, 색동옷 차려입은 누나들의 강강수월래 춤은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장대들고 달 따러 뒷동산에 오른다. 망월을 따면 달 속의 계수나무도 찾아보고 떡 방아 찧는 토끼와도 놀아보련다. ☞ 낭만 : 감미롭고 감상적인 분위기. "더도 말고 덜도 마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던 한가위. 봄날 파종 후 여름 동안 김 메고 물주며 농사로 허리 휜농부의 흐뭇한 성취감으로 結實의 季節에..

카테고리 없음 2020.12.10

단풍 곁에 앉아 - 성환조 [ 전우회 충북지회. 제186호. 2019.11.11. ]

곱게 물들어가는 단풍 곁에 앉아 가을을 속삭이게 하는 가을바람 ☞ 속삭이다 : 남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나지막한 목소리로 가만가만 이야기하다. 물건이 가볍게 스치는 소리가 나다. 울긋불긋 단풍을 흔드네 시월이 머무는 날까지 단풍은 그대로 아름답게만 있어라 곱게 물들어가는 단풍 곁에 앉아 보고 또 보아도 단풍은 가을빛을 품에 안고 있네 가을볕에 젖어드는 단풍은 짙은 빛 바람에 반짝이며 점점 높아가는 하늘 가을은 무르익어 시월의 단풍 단풍은 꽃처럼 예쁘다 바스락거리는 단풍 곁에 앉아 ☞ 바스락 : 마른 잎이나 검불, 종이 따위를 가볍게 밟거나 뒤적일 때 나는 소리. 단풍 이야기 즈겁돌독 듣는다

[詩] 2020.12.10

철길 따라 記憶하는 것 - 김종순 [ 전우회 경지회. 제186호. 2019.11.10.]

철길 따라 떠나버린 기적 소리는 虛虛로운 簡易驛을 깨우고 싶다 ☞ 虛虛롭다 : 1. 텅 빈 느낌이 있다. 2. 매우 허전한 느낌이 있다. 덩그러니(홀로 우뚝 드러난 모양. 넓은 공간이 텅 비어 쓸쓸한 모양.) 驛 마당을 지키는 느티나무 바라보지 않아도 한 잎 초록의 꿈은 외로웠겠다 녹슨 추억 하나 그리는 기억 속에서 훵하니(중도에서 지체하지 아니하고 곧장 빠르게 가는 모양.) 흘리고 간 기적 소리, 한 포기 억새 같은 질긴 憐憫(불쌍하고 가련하게 여김.)을 흘리면서 오늘도 바람은 나뭇잎 한 잎에도 스쳐 울리겠지.

[詩] 2020.12.09

일흔 즈음에 - 김광덕[ 전우회 서부지회 2019.11.10. 제186호 ]

동백꽃은 일러 아직 피지 않았고 길가 시누대숲은 서걱-서걱- 바닷바람에 춤추고 있었다 오동도에는 춤추고 있었다 오동도에는 철없이 피는 동백꽃은 없더라. 철모르고 피는 꽃은 언제나 惻隱(가엾고 불쌍함.)하더라. 하지만 어쩔 것인가 태풍이 나뭇잎을 떨어뜨리고 가면 나무는 철을 가리지 않고 꽃을 피운다는데 不時開花(싹이 개화하는 시기가 아닌데 개화하는 이상 발육 현상.) 한다는데. 문득(생각이나 느낌 따위가 갑자기 떠오르는 모양.) 가을이 왔고 그러다 또 겨울이 올 것이니 우물쭈물하다가 돌아갈 수야 없잖은가 강한 비바람에 쓰러진 나무들, 가을에도 싹을 꽃이라 탓하지 마라 찬란한 계절이 어찌 봄뿐이더냐. 동백섬은 저녁 노을빛에 물들었는데 나는 새들이 더불어 돌아간다 일흔 즈음은 본디의 길로 돌아가는 旅程 더욱 ..

[詩] 2020.12.09

가을 들녘 - 배동연 [ 광주전남지회 2019.11.10. 제186호 ]

고향 하늘 넓은 들녘 바라봅니다 벼이삭 고개 숙여 바람 따라 익어가는지 들녘은 燦爛한 황금빛입니다. 지난여름 더위 먹었던 들판에 가을 햇살이 慰勞하고 단비(꼭 필요한 때 알맞게 내리는 비.)가 내려 벼이삭이 누렇게 영글어 탱글탱글합니다. 장마도 견디고 태풍도 견디고 저 豊盛하고 탐스러운 오곡백과는 농부의 땀과 정성의 結實입니다. 하늘이 끝없이 말고 허수아비 넘실넘실 춤추는 황금 들판에서 일하는 노부부의 잔등 위로 밝은 햇살 찬란하게 지나갑니다. 가을걷이 하는 농부의 밀짚모자 위로 고추잠자리 앉을까 말까 망설이다 날갯짓 하며 한 소식 주려는 동그랗게 날아오릅니다. 가을날 풍성한 황금빛 들판처럼 고향집 마루에 앉아 그윽한 향기 전해주던 어머니의 모습니 그립습니다.

[詩] 2020.12.07